
나는 비건 식단을 유지할 때 가장 중요한 시점은 계절이 바뀌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식단이 흔들리거나 피로해지는 시기는 대부분 새로운 계절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날씨는 이미 달라졌는데, 식사는 이전 계절의 방식을 지속할 때 몸이 먼저 불편함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이런 불편함이 단순한 적응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같은 패턴이 반복되자, 문제는 식단에 대한 의지나 성실함이 아니라 점검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식단을 유지할지 말지를 고민하기보다, 한 번 멈춰 상태를 살펴보는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이 점검은 계획을 새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식단이 여전히 나에게 맞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계절 전환기를 기준으로 식단을 다시 살펴보기 시작한 이후로 식단은 확실히 안정적으로 이어졌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을 가지고 계절마다 식단을 점검하는지 정리해 보려고 한다.
첫 번째 점검은 항상 몸의 반응이었다
첫 번째로 점검하는 것은 몸의 반응부터 살피는 것이었다. 무엇을 먹었는지보다 먹고 난 뒤 어떤 상태가 남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식사 후 유난히 피곤해지는지, 속이 더부룩해졌는지, 혹은 허기가 지나치게 빨리 찾아오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때 하루 이틀의 일시적인 반응보다는 비슷한 느낌이 반복되는지를 중점적으로 보았다. 계절 변화는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몸의 신호 역시 누적되어 나타났다. 나는 이 신호를 기록하지는 않더라도 의식적으로 기억하려 했다. 몸의 반응을 무시하지 않는 태도가 식단 유지에 중요하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괜찮을 것 같은 식단과 실제로 괜찮은 식단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몸은 언제나 식단에 대해 가장 솔직한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식사 시간과 간격을 먼저 조정했다
식단을 점검할 때 가장 먼저 조정하는 것은 음식의 종류보다 식사 시간과 간격이었다. 계절 변화는 해가 뜨고 지는 시간과 활동량을 바꾸기 때문에, 같은 식단이라도 먹는 시간에 따라 체감하는 것이 크게 달라졌다. 여름으로 넘어갈 때는 저녁 식사가 늦어질수록 피로가 쉽게 쌓였다. 반대로 겨울로 접어들 때는 식사 간격이 길어질수록 몸이 금세 지쳤다. 그래서 계절 전환기에는 메뉴를 바꾸기 전에 먼저 식사 리듬을 조정했다. 아침과 저녁의 간격을 줄이거나, 식사 시간을 앞당기는 식의 작은 변화였다. 이 간단한 조정만으로도 몸의 반응이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계절 변화에는 무엇을 먹느냐보다 언제 먹느냐가 더 먼저 작용한다는 점을 분명히 느끼게 되었다.
냉장고 안의 재료를 기준으로 점검했다
냉장고 안의 재료는 계절이 바뀔 때 하나의 점검 도구로 활용이 가능하다. 냉장고 안을 보면 현재 식단의 상태가 그대로 드러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떤 재료가 자주 남아 있는지, 어떤 재료는 사자마자 소진되는지를 유심히 살폈다. 남는 재료는 대부분 그 계절과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손이 자주 가는 재료는 몸과 계절이 동시에 요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관찰을 통해 나는 식단을 이론이나 계획이 아니라 실제 소비 흐름으로 점검하게 되었다. 계절마다 몸에 잘 맞는 재료는 자연스럽게 더 자주 먹게 되었다. 억지로 소비해야 하는 재료가 늘어나면 식단은 금세 부담이 된다. 그래서 계절 전환기에는 새로운 재료를 추가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남는 재료를 줄이는 선택을 했다. 냉장고 상태는 식단 점검 결과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지표였다.
조리 방식의 부담을 점검했다
조리 방식을 살피는 것도 계절이 바뀔 때 점검해야 하는 것 중 하나다. 특히 한국은 여름과 겨울의 온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한 가지의 조리 방식을 유지하는 것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같은 요리라도 계절에 따라 준비 과정의 피로도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더워지는 시기에는 조리 시간이 길어질수록 식사 자체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 반대로 추워지는 시기에는 너무 간단한 조리가 오히려 허전하게 느껴졌다. 이 차이를 무시하면 식단은 빠르게 흐트러졌다. 그래서 나는 요리를 하고 싶은지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귀찮게 느껴지는 조리는 결국 지속되지 않았다. 조리 방식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식단을 조정하자, 식사는 다시 일상의 흐름 안으로 자연스럽게 돌아왔다. 이 점검은 식단을 오래 이어가기 위한 현실적인 기준이 되었다.
식단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는지 점검했다
나는 식단 점검의 중요한 기준으로 식단에 대해 얼마나 자주 생각하고 있는지를 살폈다. 식단에 대한 생각이 많아질수록 이미 어딘가 어긋난 것이 있다는 것이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계속 고민하게 되면 식사는 즐거움보다 과제가 된다. 나는 이 상태를 식단 피로의 초기 단계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래서 계절 전환기에는 일부러 선택지를 줄였다. 메뉴를 단순화하고, 같은 구성을 반복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 조정만으로도 식단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진행하고 있는 식단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하는 시점이 식단을 점검해야 하는 시간이다. 식단 점검은 음식의 종류보다 의문을 줄이고 확신을 가지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는 식단과 날씨가 잘 맞지 않는 경우 식단에 대한 의문이 들기 쉽다. 이때 날씨와 식단에 대해 점검하는 시간을 가지면 간절기를 어렵지 않게 보낼 수 있다.
점검의 목적은 수정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나는 식단 점검의 목적이 반드시 변화를 만드는 데 있지 않다는 기준을 세우고 작업하였다. 때로는 그대로 유지해도 괜찮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이러한 기준 덕분에 점검하는 것이 부담이 되지 않았다. 식단을 점검하는 것이 곧 실패를 인정하는 행위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단은 계속 조정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전제가 생기자 변화에 대한 거부감도 줄어들었다. 계절을 점검하는 것은 식단을 흔드는 작업이 아니라, 다시 계획하는 과정이었다. 이 인식의 변화는 식단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확인이라는 목적을 가질 때 점검하는 것이 훨씬 가벼운 느낌이었고, 지속 가능해졌다.
한국형 비건 식단은 정해진 답이 아니라 조정의 과정이다
나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식단을 점검하는 방식을 통해 비건 식단을 훨씬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었다. 몸의 반응을 살피고, 식사 리듬과 조리 부담, 냉장고 상태를 기준으로 식단을 바라보았다. 이 과정은 식단을 크게 바꾸기 위한 작업이 아니라, 현재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계절의 변화는 식단에 급격한 변화를 요구하기보다, 잠시 멈춰 확인하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점검을 통해 나는 식단을 통제하려 하기보다 환경과 함께 움직이게 되었다. 한국 기후에서 비건 식단을 유지한다는 것은 완성된 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계절마다 다시 점검하는 과정에 가깝다. 그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순간 식단은 훨씬 오래, 그리고 편안하게 지속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