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비건 식단을 시작하기 전까지 식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에 가까웠다. 채소와 과일, 견과류, 대체 식품 등을 떠올리면 생활비가 더 늘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특히 한국에서 비건 식단은 아직 특별한 선택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아, 비용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막연히 예상했다. 그래서 식단을 바꾸는 것이 생활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형 비건 식단으로 방향을 잡고 식사를 이어가면서, 생활비의 흐름이 예상과 다르게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식비가 줄었다거나 늘었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돈이 쓰이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 어느 항목에서는 지출이 줄고, 어떤 부분은 오히려 안정적으로 고정되었다. 나는 식단이 생활비를 직접적으로 조절한다기보다, 소비의 구조를 바꾼다고 생각한다.
장보기 비용이 예측 가능해졌다
한국형 비건 식단은 장보기 비용이 예측 가능해진다. 예전에는 장을 볼 때마다 지출 금액의 편차가 컸다. 어떤 날은 생각보다 많이 쓰고, 어떤 날은 적게 쓰는 식이었다. 특히 고기나 가공 식품을 중심으로 장을 볼 때는 가격 변동이 크게 느껴졌다. 육류나 수입품을 대체로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육류를 많이 사는 날에는 식비가 꽤 많이 나왔다. 비건 식단으로 전환하고 나서는 장바구니에 담기는 품목이 비교적 일정해졌다. 쌀, 두부, 콩류, 제철 채소처럼 반복되는 기본 재료들이 중심이 되었다. 이 재료들은 가격대가 비교적 안정적이었고, 계절에 따른 변화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장을 보기 전부터 대략적인 비용을 알 수 있었다. 이 예측 가능성은 생활비 관리에서 생각보다 큰 안정감을 주었다. 식비가 통제된다는 느낌이 들자, 다른 지출에 대한 불안도 함께 줄어들었다.
외식 비용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비건 식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시작하면 외식하는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외식할 때 메뉴 선택지가 적어서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였다. 외식을 하지 않아도 식사가 충분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집에서 밥과 국, 반찬으로 구성된 식사를 유지하다 보니, 굳이 밖에서 먹어야 할 이유가 줄어들었다. 외식은 자연스럽게 특별한 날의 선택이 되었다. 외식이 일상이 되었을 때보다 특별한 날 가끔씩 하는 외식은 더 큰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이 변화는 생활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외식은 한 번의 지출로 끝나지 않고, 음료나 추가 메뉴로 비용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집에서의 식사는 비용뿐 아니라 만족도도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외식이 줄어들자 생활비에서 가장 변동 폭이 크던 항목이 자연스럽게 안정되었다.
가공 식품 지출이 거의 사라졌다
비건 식단에서는 가공 식품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이제는 장을 볼 때 가공 식품에 쓰던 비용이 거의 사라졌다는 점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예전에는 편의성과 맛을 이유로 다양한 가공 식품을 구매했다. 그때는 개별 가격이 크지 않아도, 한 달 단위로 보면 꽤 많은 비용이 쌓여 있었다. 로컬 식재료 중심의 비건 식단에서는 가공 식품이 식단의 중심이 되지 않았다. 자연 상태의 재료를 조리해 먹는 방식이 기본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가공 식품 코너를 지나치게 되었다. 유통기한을 넘겨 버려지는 식품도 줄어들었다. 이 변화는 단순히 식비 절감이 아니라, 낭비 비용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눈에 띄지 않게 새어나가던 지출이 줄어들자, 생활비가 훨씬 단순해졌다.
식재료 낭비 감소가 생활비에 영향을 주었다
한국형 비건 식단은 식재료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식재료 낭비가 줄어든 것이 생활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전에는 냉장고 안에서 잊힌 채소나 재료를 버리는 일이 흔했다. 그때는 한 번의 낭비를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형 비건 식단에서는 같은 재료를 여러 끼니에 걸쳐 활용하는 구조가 자연스러웠다. 밥, 국, 반찬으로 이어지는 식단은 재료를 한 가지에서만 사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숙주 같은 경우, 국의 속재료로 쓸 수도 있고, 무침으로 반찬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재료가 남아도 다음 식사에서 사용할 자리가 있었다. 이 순환 구조 덕분에 버려지는 식재료가 거의 없어졌다. 결과적으로 장을 보는 횟수와 양도 함께 줄어들었다. 낭비가 줄어들자 식비는 자연스럽게 안정되었고, 생활비 전체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로 이어졌다.
식비 외의 지출에도 간접적인 변화가 생겼다
나는 식단 변화가 식비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점점 실감하게 되었다. 식단이 안정되자, 충동적인 소비가 줄어들었다. 배고프거나 피곤할 때 불필요한 지출을 하던 패턴이 눈에 띄게 줄었다. 식사가 규칙적이고 든든해지자, 간식이나 음료를 사는 횟수도 감소했다. 이 지출은 개별적으로는 작고 의식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한 달이나 일 년 단위로 생각해 보면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또한 한국형 로컬 비건 식단은 이미 영양적으로 부족한 것이 없기 때문에 별도의 단백질 보충제나 특별한 제품을 자주 구매할 필요도 없었다. 생활비의 여러 항목에서 작은 지출들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생활비는 하나의 항목이 아니라, 연결된 흐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단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소비 습관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것이다.
생활비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줄어들었다
식비가 고정값이 되어가고, 식비가 점차 예측 가능해지기 시작하면서 생활비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줄어들었다. 지출이 줄어들어서라기보다, 예측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식비가 안정되자 한 달 생활비의 큰 틀이 흔들리지 않았다. 이 안정감은 생활 전반에 여유를 만들었다. 갑작스러운 지출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식단이 생활비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 상태가 식단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생활비에 부담을 주는 식단은 오래가기 어렵다. 반대로 생활비 안에서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식단은 특별한 결심 없이도 이어진다.
식단을 통해 생활비를 통제할 수 있었다
나는 한국형 비건 식단이 생활비에 미친 영향을 단순한 절약으로 설명하고 싶지 않다. 이 식단은 생활비를 줄이기보다, 생활비의 흐름을 정리해 주었다. 장보기 비용은 예측 가능해졌고, 외식과 가공 식품 지출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식재료 낭비가 사라지면서 식비는 안정되었고, 그 영향은 다른 소비 영역으로까지 이어졌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식단이 생활비를 통제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한국 기후에 맞는 로컬 비건 식단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선택한 식단이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생활비를 부담스럽지 않게 만들어주었다. 그 점이 이 식단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