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비건 식단을 이야기할 때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는가'보다 '어떤 환경에서 먹고 있는가'를 먼저 떠올리는 편이다. 특히 한국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는 기후를 고려하지 않은 식단이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고 느꼈다. 내가 처음 비건 식단에 관심을 가졌을 때도 가장 막막했던 부분은 음식의 종류가 아니라 계절 변화였다. 나는 여름과 겨울을 같은 방식으로 버티듯이 식단을 유지하려다 여러 번 지쳤다. 그 과정에서 식단 자체보다 식단을 대하는 태도가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비건 식단을 하나의 규칙으로 대할수록 부담이 커진다는 점을 체감했다. 반대로 기후와 생활환경에 맞게 조정하기 시작했을 때 식단은 훨씬 편안해졌다. 한국의 기후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식단 역시 고정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비건 식단을 계획이 아니라 반응의 영역으로 옮겨야 한다고 느꼈다. 이 글에서는 내가 한국의 기후와 생활환경 속에서 식단을 조정하며 정리하게 된 한국 기후에 맞는 비건 식단의 기본 원칙 5가지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원칙 1. 계절에 맞는 식재료를 기준으로 식단을 구성한다
나는 한국 기후에 맞는 비건 식단의 첫 번째 원칙이 제철 식재료를 기준으로 식사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사계절이 분명하기 때문에 계절마다 자연스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가 달라진다. 나는 이 흐름을 거스르지 않을 때 식단 유지가 훨씬 쉬워진다는 점을 느꼈다. 봄에는 나물과 잎채소가 자연스럽게 식탁의 중심이 된다. 여름에는 수분이 많은 채소와 콩류가 몸의 부담을 줄여준다. 가을에는 곡물과 뿌리채소가 포만감을 채워준다. 겨울에는 저장 식품과 발효 식재료가 식단을 안정시킨다. 나는 계절에 맞는 식재료를 고르는 것만으로도 식단의 방향이 정해진다고 느꼈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식단은 오래 유지된다. 이 원칙은 비건 식단을 인위적인 계획이 아니라, 기후에 반응하는 생활 방식으로 만들어준다.
원칙 2. 식사의 무게를 기후에 맞게 조절한다
나는 비건 식단에서 '얼마나 먹느냐'보다 '얼마나 무겁게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특히 한국의 여름과 겨울은 식사의 무게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나는 여름에도 겨울과 같은 식단을 유지하려다 몸이 먼저 반응했던 경험이 있다. 그때 나는 식단이 몸과 싸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후 나는 더운 날에는 조리 과정이 단순하고 가벼운 식사를 선택했다. 여름에는 소화에 부담스럽지 않은 가벼운 음식과 오이나 수박 같은 수분보충을 위한 식단 위주로 식사를 했다. 차가운 음식이 아니라, 부담이 적은 식사를 기준으로 삼았다. 반대로 겨울에는 따뜻한 국물과 익힌 채소 중심으로 식단을 바꿨다. 이는 혹한의 날씨에서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몸이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인다. 이 조정만으로도 식단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줄었다. 나는 식사의 무게를 조절하는 것이 영양 계산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느꼈다. 몸이 편안해야 식단은 자연스럽게 반복된다.
원칙 3. 로컬 식재료를 중심으로 단순한 구조를 유지한다
나는 비건 식단이 복잡해질수록 지속이 어려워진다고 느꼈다. 그래서 세 번째 원칙으로 로컬 식재료를 중심으로 식단 구조를 단순하게 유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가 동네 마트나 재래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는 선택의 부담을 줄여준다. 한국에는 제철 채소와 제철 과일들이 많아 계절마다 로컬 식재료로 식단을 채우는 것이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봄나물 채소, 여름의 시원한 수박이나 참외 등 계절에 알맞은 식재료를 구할 수 있다. 수입 식재료나 특수한 비건 제품은 처음에는 흥미롭지만, 오래가기 어렵다. 나는 장을 볼 때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피로가 쌓인다는 점을 체감했다. 반대로 익숙한 재료를 반복해서 사용할수록 식단은 안정되었다. 익숙한 조리법은 준비 시간을 줄여준다. 준비 시간이 줄어들면 식단을 포기할 이유도 줄어든다. 나는 단순함이 비건 식단의 가장 강력한 지속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이 원칙은 식단을 특별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생활의 일부로 만든다.
원칙 4. 완벽함보다 반복 가능성을 우선한다
나는 비건 식단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기준이 완벽함이 아니라 반복 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생활환경에서는 매일 같은 조건으로 식사하기 어렵다. 나는 하루의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 스스로를 비난했던 경험도 있다. 그럴수록 다음 선택은 더 불안해졌다. 이후 나는 하루 단위가 아니라 흐름 단위로 식단을 보려고 했다. 오늘 흐트러졌다면 다음 끼니에서 돌아오면 된다는 기준을 세웠다. 이 기준은 식단에 대한 부담을 크게 줄여주었다. 실패라는 개념이 사라지자 선택은 오히려 쉬워졌다. 반복 가능성을 기준으로 삼으면 식단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나는 이 원칙이 비건 식단을 규칙이 아닌 생활로 바꿔준다고 느꼈다.
원칙 5. 한국의 식사 구조를 그대로 활용한다
나는 한국 기후에 맞는 비건 식단을 위해 굳이 식사 구조를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밥, 국, 반찬이라는 기본 틀은 이미 비건 식단에 유리한 구조다. 나는 이 틀을 유지한 채 내용만 조정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고기를 빼는 대신 채소 반찬의 비중을 늘렸다. 육수 대신 채소와 해조류를 활용했다. 이 방식은 가족 식사나 외식 상황에서도 적용하기 쉬웠다. 식사 구조를 유지하면 식단 변화가 극단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이 점이 심리적인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고 느꼈다. 기존의 틀을 유지하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전략이다. 이 원칙은 비건 식단을 생활과 충돌하지 않게 만든다.
생활환경에 적응하는 식단 시작하기
나는 한국 기후에 맞는 비건 식단이 특별한 결심을 요구하는 식단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기후와 생활환경을 이해하고, 그 흐름에 맞게 식단을 조정하는 방식에 가깝다. 제철 식재료를 기준으로 하고, 식사의 무게를 조절하며, 단순한 구조를 유지하고, 반복 가능성을 우선하고, 기존의 식사 틀을 활용하는 것. 이 다섯 가지 원칙은 내가 생활 속에서 식단을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정리하게 된 기준이다. 나는 이 원칙들이 비건 식단을 더 어렵게 만드는 대신, 오히려 편안하게 만든다고 느꼈다. 완벽한 하루를 목표로 하지 않아도 식단은 충분히 의미를 가진다. 반복되는 선택이 쌓일수록 식단은 안정된다. 한국의 기후는 변수가 많지만, 그만큼 조정의 여지도 많다. 나는 이 유연함이 한국형 비건 식단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기후에 맞는 비건 식단은 새로 만들어야 할 식단이 아니라, 이미 있는 식생활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는 선택이라고 나는 믿는다.